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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모임 만권당' 세 번째 모임 후기

독서모임 만권당세 번째 모임 후기

 

낙산공원에서 독서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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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917코로나19의 상황이 여전히 심각한 날, 그래서 방역당국이 불요불급한 외출과 만남의 자제를 당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독서모임 만권당은 야외를 택하여 세 번째 모임을 가졌다. 사회적 거리 두기와 개인위생에 만전을 기하고서 말이다.


이번 모임 장소는 낙산공원 야외무대다. 코로나의 위험도 없고, 스탕달의 소설 '적과 흑'과도 연관을 지을 수 있는 곳이라서 낙산공원으로 정했다. 가급적이면 소설 내용과 연관이 있는 장소에서 독서모임을 갖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런 원칙에 따라 이미 갈매기의 꿈은 반구정에서, ‘1984’는 서대문형무소가 내려다보이는 안산 팔각정에서 모임을 가졌었다


한성대입구역에서 만나 혜화동 성당, 같은 경계 내에 있는 신학교와 주교관을 외부에서 둘러 봤다. 소설 속의 주인공 쥘리엥이 신부가 되려했고, 신학교에 입학하여 사제의 길을 가려 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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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교를 둘러본 후에 한양도성길 낙산 구간을 걸었다. 선선한 가을 날, 도성길을 따라 친구와 함께 걷는 즐거움이 크다. 성벽 암문을 지나 잠시 가쁜 숨을 다듬으며 민주가 성에 관한 얘기를 들려줬다. 그리고 다시 걷는다. 며칠 전 미리 답사한 낙산공원 내의 야외무대로 가서 준비한 자리를 깔고 토론장을 꾸몄다. 코로나 2단계 상황이라 야외의 정자는 모두 붉은 테잎으로 구금된 상태, 출입을 불허한다. 김밥으로 시장끼를 달래고, 각자 가져온 간식도 점잖게 해치운 후에 가을 바람을 타고 본론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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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을 때 읽은 소설의 효용성?

  

이미, 예전에 적과 흑은 읽었던 터였다. 그러나, ! 기억력이란! 여철이는 내가 언제 그 소설을 읽었었나갸우뚱하며 대학 때 쓴 독서노트를 꺼내 봤단다. ! 읽었었구나. 그런데 왜 하나도 기억이 안 날까! 독서노트 얘기가 나왔으니 첨언하면 여철이의 독서노트는 가히 국보급이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읽은 모든 책을 요약하고 느낌을 적어왔다. 두꺼운 독서노트가 5권이란다. 노트를 보자마자 단정한 손글씨에 입이 쩍 벌어진다. 여철이가 이과생이 맞아? 전형적인 문학소년이잖아! 나머지 셋은 그저 놀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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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여철의 독서노트 일부


창섭이는 또 어떤가? 창섭이도 젊었을 때 읽었다. 기억나는 것은 이 무엇을 상징하는 지, 열렬한 연애소설이었다는 것뿐이란다. 창섭이, 너마저!

 

나는 더하다. 난 좀 일찍 읽었다. 중학교 아니면 고등학교 때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읽으니 단 하나 기억나는 것조차도 오류다. 왜 나는 주인공 쥘리엥이 사랑하게 된 귀부인과 도망쳤다고 기억하고 있는 것일까? 게다가 도망간 그들을 잡으러 쫓아오는 추격자들이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상황에서 쥘리엥은 나는 지금 잠을 자고 싶어하면서 그를 깨우는 연인의 말을 듣지 않고 계속 잠을 자다가 추격자에게 붙잡혔다고 기억하고 있는 것일까? 혹시, 학생 시절 나의 욕망이 아름다운 부잣집 아가씨와 도망이라고 가고 싶어 했던 것이었나?

 

민주는 고등학교 때 읽은 문학작품에 대해 그 당시 목록을 리스트업하고 독후감도 노트에 썼다. 읽은 책 목록의 일부를 보니, 테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좁은문, 데미안, 부활, 죄와 벌, 적과 흑, 프랑스혁명과 나폴레옹 등 끝이 없다이들 틈바구니에서 고군분투해야할 나의 앞날이 눈에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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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주의 고교 때 읽은 문학서적 목록

 결국, 우리의 기억력은 믿을 게 못 된다는 것, 청소년기에 소설을 읽은 것은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그래도 청소년기의 내적 성장에 알게 모르게 많은 영향을 주었겠지. 그렇게 위안을 삼아본다.

 

60대에 적과 흑을 읽어보니

 

여철이는 소설을 읽으면서 쥘리엥이 너무 미워 대갈통(^^)을 후려갈기고 싶었단다. 착한 레날 부인(부유한 시장의 아내)에게 저돌적으로 대시하고 열정과 냉담 사이를 수시로 들락거리는 새디스트적인 행동, 남을 괴롭히며 쾌감을 느끼는 모습에 정말 죽이고 싶도록 미웠다고. 그러나, 마지막 장면에서 쥘리엥이 모든 것을 자기 죄라며 살아날 방법이 있음에도 의연히 죽음을 선택하자 마음이 풀렸단다. 지금 우리 나이쯤 되면 젊은이의 열정도, 중뿔난 괴이함도 용납이 안 되기 때문이리라.

 

창섭이는 어떤가? 쥘리엥과 레날 부인, 마틸드에 대한 사랑의 열정, 유혹하는 방법, 구애와 냉담의 반복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할 수 없이 스탕달의 연애론을 찾아 읽고 나서야 모든 행동이 이해가 갔다. 저인망식, 이해가 안 되면 관련되는 모든 것을 찾아 읽는 철저함이 놀랍다.

 

나는 소설의 거의 모두를 주인공의 두 여인과의 사랑의 밀당에 대한 지극히 세밀한 심리분석에 할애한데 대해, ‘이거 완전히 연애소설 아냐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이 나이쯤 되면 소설을 통해 당시의 역사, 사회상황, 그 안에서의 사람들의 갈등과 대립 등 재미와 더불어 정보와 지식을 찾게 마련이다. 예전에는 그토록 재미있는 연애소설로 읽었다가 지금은 주인공과 두 여인과의 밀고 당기는, 전략적이고 전투적인 사랑에 대한 재미가 예전만큼 못하다.

 

읽고 난 느낌

 

스탕달은 프랑스에서 빅토르 위고 다음으로 평가받는 작가다. 적과 흑은 비록 당시에는 저급한 연애소설, 체제에 저항하는 소설로 인기를 얻지 못하고 금서까지 되었지만, 성장소설이면서 사회상황과 문제를 다룬 사회소설이고, 심층적이고 세밀한 심리를 사실적으로 그려낸 사실주의의 다층적 소설로 평가받고 있다.

 

창섭이는 주인공의 삶과 죽음을 통하여 개인적 우월성과 사회적 기득권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모순을 보여주는 소설로 평가한다. 그는 또, 쥘리엥이 위험을 감수하고 사다리를 타고 여인의 방으로 올라가는 장면에서 공직을 택하여 권력의 사다리를 기어오르던 30대 후반의 그 자신을 되뇌이며 그 당시에 겪었던 혼돈과 공허, 흑암의 두려움을 다시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성경속의 야곱이 꿈에서 사다리가 하늘에 닿아 하나님의 집을 보았듯이, 예수 십자가의 보혈을 통해 구원의 사다리를 오르며 천국을 향해 가고 있다는 소망을 얘기한다. 독실한 크리스찬인 정장로 다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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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틸드의 편지를 받고 사다리를 올라가는 쥘리엥

  

나의 느낌, 아니 의문은 무엇인가? 1820년대의 프랑스 사회를 배경으로 출세와 성공에 대한 주인공의 야망이 거대한 사회세력에 의해 좌절되는 소설이라 하면서도 정작 그 문제는 비중이 거의 없고 성향이 서로 다른 두 여인과의 사랑만을 다뤘다는 게 불만스럽다. 또한, 레날 부인 같이 정숙한 여인이 10살이나 젊은 하층계급의 쥘리엥과 사랑에 빠지는 것이 과연 가능한지가 의문스럽다. 이에 대해서는 해박한 민주가 도움이 됐다. 당시 프랑스에서는 결혼한 귀부인들이 젊은 연인을 두는 게 일반적이었다는 설명이다.

 

소설을 읽으면서 읽는 나이에 따라 느낌도 평가도 기억되는 것도 참으로 다름을 모두가 실감했다. 혈기 왕성한 젊을 때는 얼마든지 용납될 수 있는 사랑의 열병과 전투적인 구애와 밀당, 그리고 소유욕이 우리 60대의 시각에서 보면 많은 부분이 비판적일 수밖에 없다.

 

쥘리엥이 살았던 시대와 프랑스 사회상황이 시·공간을 뛰어넘은 우리의 시대와 사회상황과는 다른 것인가? 마찬가지라는데 모두가 의견을 같이했다. 1820년대의 프랑스와 근본적으로 다를 게 없다. 양극화, 금수저와 은수저, 계층상승의 거대한 벽, 무절제한 사랑의 행각, 권력과 부를 가진 자들의 자기 것을 유지하고 물려주기 위한 음험한 위선과 철저한 통제, 이 모든 것이 결국 같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따라서 그런 인간이 살아가는 사회도 근본에 있어서는 변하지 않는다. 이미, 지난 달 우리가 택한 소설 19841946년도에 쓴 소설이면서도 현재와 미래에 그대로 일어나고 더 심화될 것 같은 심증을 주지 않았던가. 인간의 권력욕, 지배욕, 잔혹한 측면은 본성이기 때문이리라.

 

독서모임 후 역사탐방

 

독서토론을 마치고 낙산공원을 둘러본 후 작은 보너스를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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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어김없이 김민주 동기의 안내에 따라 지봉 이수광의 집터를 찾아갔다. 이수광의 집은 창신동 산 꼭대기에 있다. 창신동, 한 때는 봉천동 다음가는 빈민촌이었지만 이제는 많이 변했다. 아직도 상당 부분은 빈곤이 물씬 풍겨나는 허름한 주택들이지만, 산뜻한 아파트도 들어서고, 산 위까지 도로도 잘 닦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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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봉 이수광이 재건하여 살았던 '비우당'


지봉 이수광이 살던 집은 비를 가리는 집이란 뜻으로 庇雨堂이라 했다. 두칸 짜리의 작은 초옥이다. 원래는 초선 초기의 명망있는 청백리 柳寬의 집이었다. 유관은 이수광의 외가 쪽 선조. 창벡리 柳寬은 지붕 이을 돈도 없어 비가 오면 빗물이 방으로 떨어졌다. 유관은 떨어지는 빗물을 우산으로 막으며 우산도 없는 사람들은 어떻게 살꼬?” 했다고 한다. 현재의 초옥은 임진왜란 때 소실된 것을 이수광이 새로 지어 비우당’ 했다.

 

비우당 울 안 귀퉁이에 있는 자주동천의 샘이 흘러내리는 흔적을 살펴봤다. 단종의 왕비인 정순왕후가 단종이 유배된 후 자주동천의 물과 근방에 지천으로 깔려있는 紫芝草를 이용하여 옷감을 자주색으로 물들여 팔아 생계를 유지했다고 한다. 어려서 왕인 지아비인 단종을 비참하게 보내고, 원한과 애통의 모진 삶을 살다가 82세로 세상을 떠난 비운의 왕비다. 그 흔적을 보니 마음이 숙연해진다.

 

우리는 한성대입구 역으로 내려오면서 三軍部總武堂'을 탐방했다. 살펴보면 서울에는 여기 저기 역사의 유적과 흔적들이 많다. 앞으로 찾아볼 곳이 정말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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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군부총무당' 앞에서



나폴레옹제과, 그리고 스벅

 

소설 적과 흑에서 하층민들은 나폴레옹을 영웅으로 생각하며 그리워한다. 지배계층은 나폴레옹을 증오하며 그에 의해 고무된 하층민에 의한 혁명을 두려워한다. 나폴레옹은 당시 프랑스 민중들의 영웅이며 소설 적과 흑에서 보이지 않는 영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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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삼선교에는 유명한 나폴레옹제과가 있다. 이곳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다. 빵과 커피를 마시러 들어갔으나 이런, 젠장! Take Out만 된단다. 할 수 없이 간단한 찹쌀 도너츠를 사서 바로 옆의 스타벅스테이블에 펼쳐놓고 마지막 남은 회포를 다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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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고, 토론하고, 관련된 역사시설을 찾아보기도 하고, 또한 인근의 역사 흔적도 살펴보고, 걷기 운동도 하고, 이바구도 실컷 풀고, 그것도 모자라 다시 카페에 가서 아예 톨톨 털어내니 이 어찌 不亦樂好가 아니랴! ‘有朋과 함께 하니 不亦樂好, 친구와 이바구하니 뿌럭뿌럭(不亦不亦)樂好.

첨언 : ‘만권당독서모임은 10월 펄벅의 대지』 『아들들』『분열된 일가를 읽는다. 7갈매기의 꿈, 81984, 9적과 흑(1, 2), 그리고 10월엔 3권이다. 갈수록 수렁에 빠져드는 느낌이다. 그래도 좋다. 소설이 재미있다. 만나서 즐겁다.

 

※ 『적과 흑에 대한 독후감은 정창섭 동기가 서울고 저널 26에 별도로 올립니다. 그 글을 참고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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