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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권당 1월 모임, 헤르만 헤세 [싯다르타] 후기

만권당 1월 모임 후기,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

독서클럽 만권당의 2022년 첫 번째 만남은 111일이었다. 강변역 인근 카페에서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 [싯다르타]를 읽고 토론하였다. 헤세는 나의 청소년기 성장 과정에 많은 영향을 끼친 독일 작가로 우리들에게 너무 친숙한[데미안], [차륜 밑에서],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유리알 유희] 등 보석 같은 작품들을 많이 남겼다. [싯다르타]는 소설 전체에 흐르는 주옥 같은 대화와 내용들이 너무 마음에 들어 주위 사람들에게 꼭 읽어보라고 강력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우선 소설의 줄거리를 소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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싯다르타는 모든 주위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인도 브라만 계급의 총명하고 고고한 청년이다. 아쉬울 것 없는 집안에서 자랐지만 스스로 안정을 찾을 수 없고 자신에게 만족할 수도 없어서 번뇌를 거듭한다. 어느 날 깡마르고 남루한 모습으로 기력이 쇠잔하나 눈동자는 초롱초롱 살아있는 서너 명의 사문들이 순례하는 모습을 보고 스스로 출가하기로 결정한다. 아버지에게 출가를 허락 받으려 하나 완강한 반대에 하루 밤을 꼬박 새우며 기다리던 싯다르타에게 아버지는 다음날 새벽에 결국 출가를 허락하면서 너는 숲으로 들어가 사문이 되도록 해라. 숲에서 네가 참된 행복을 얻으면 나와 함께 신들에게 제물을 올리자….” 라고 말한다. 여기에 싯다르타의 절친 고빈다도 합류해, 싯다르타와 고빈다는 숲으로 들어가 사문들로부터 단식하는 법과 호흡을 중단하는 법을 배우고 명상과 참선을 수행하면서 육체의 고통과 숨을 참는 법, 그리고 자아를 벗어나 무아의 경지에 이르는 법을 배운다.

3년이 지날 때쯤 싯다르타와 고빈다는 모든 번뇌를 극복하고 윤회의 수레바퀴에서 벗어났다는 고타마 부처에 관한 소문을 듣고 그의 설법을 들으러 기원정사를 방문한다. 고빈다는 고타마부처님의 제자로써 불자가 되기로 결심하지만, 싯다르타는 남에게 배우는 것보다는 스스로 해탈의 길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 사문들의 무리에서 벗어나 홀로 떠난다. ‘싯다르타라는 이름은 실존 인물인 석가모니 부처의 어릴 적 이름으로 목적을 달성한 자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본 소설에 나오는 싯다르타는 석가모니와는 전혀 다른 동명이인으로써 실제의 부처는 소설 속에서 고타마 이름으로 몇 차례 등장한다.

숲에서 나온 싯다르타는 강가에서 바수데바라는 뱃사공을 만나 강을 건너는데, 바수데바는 다음에 다시 만날 것이라는 암시를 준다. 강을 건너 도시에 들어온 싯다르타는 아름다운 기생, 카말라를 만나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자 했으나, 부자들만 상대했던 카말라는 싯다르타에게 당신은 무엇을 할 수 있나요?” 라고 물어본다. 나는 사색할 줄 압니다. 나는 기다릴 줄 압니다. 나는 단식할 줄 압니다.” 라는 싯다르타의 순수한 답변과 열정에 감동한다. 카말라는 본인과 사귀려면 돈을 많이 벌어오라고 그 도시에서 가장 부유한 상인 카마스바미를 소개해준다. 원래 총명한 싯다르타는 자기 나름의 방법으로 돈을 많이 벌어 카말라와의 끈끈한 관계가 시작된다. 싯다르타는 엄청난 부자가 되어, 주택과 장원을 구입하고 카말라는 싯다르타에게 사랑의 유희를 가르쳐주면서 돈과 여자 그리고 도박에 빠져 타락한 생활을 하면서 많은 세월이 흐른다.하지만 싯다르타는 언제부터인가 모든 것이 무의미하다는 삶의 권태기에 젖어든다.

카말라는 희귀한 작은 새 한 마리를 황금새장에 키우고 있었는데, 어느 날 그 새가 죽는 꿈을 꾸고 아침에 일어난 싯다르타는 모든 유희가 끝났음을, 자신이 그 유희를 더 이상 계속할 수 없음을 깨닫는다. 하루 종일 망고나무 아래에서 고민하던 싯다르타는 홀연히 장원을 나와 카말라와 함께 살던 도시를 떠난다. 언젠가는 자신을 떠날 것이라고 예상했던 카말라는 싯다르타가 사라졌다는 소식을 듣고 황금새를 날려보내고, 본인의 저택을 걸어 잠그고 승려들에게 장원마저 넘겨버린다.

자신에게 실망한 싯다르타는 정처 없는 순례의 길을 걷다가 고빈다를 만나기도 하고 강가에 도착해 자살을 시도하지만 20년 만에 만난 뱃사공 바수데바의 도움으로 나루터에 있는 뱃사공 바수데바의 집에 얹혀서 뱃사공으로 함께 살기 시작한다. 싯다르타가당신은 어떻게 그렇게 평온합니까?” 라고 묻자 바수데바는 강에서 배웠다고 답변한다. 실제로 강은 삶에 지친 싯다르타를 다시 일으켜 세워주는 생명의 공간이 된다.

카말라는 싯다르타가 떠난 후 싯다르타의 아들을 낳고 불가에 귀의해서 살다가 마침 고타마 부처님이 중병이 들어 머지않아 숨을 거두고 열반에 들 것이라는 소문이 퍼져서 많은 승려들이 부처님이 계신 기원정사로 돌아가는데, 카말라도 아들과 함께 순례길에 함께 오른다. 강가에서 배를 기다리던 카말라는 뱀에 물려 바수데바가 강가 오두막으로 그녀를 업고 온다. 그래서 그녀는 이별 10년만에 싯다르타를 만나는데, 강한 독에 혀가 마비된 상태에서 싯다르타의 무릎에서 죽으며 그의 아들이라고 말해준다. 하지만 부족함 없이 성장한 10대 초반의 아들은 어머니가 화장된 후 늙고 가난한 두 노인과 함께 생활하지만 안하무인으로 온갖 성질을 부리면서 싯다르타를 힘들게 한다. 이를 지켜보던 바수데바는 싯다르타의 행동이 사랑이 아닌 집착이니 아들을 차라리 도시로 돌려보내라고 조언하지만 싯다르타는 인내심으로 아들의 경멸과 무시를 견디려 한다.

결국 반항아 아들은 어느 날 땔감을 해오라는 싯다르타의 지시에 격분해, 뱃삯으로 받은 돈과 나룻배를 훔쳐 도망한다. 뗏목을 만들어 바수데바와 함께 아들을 찾아나선 싯다르타는 숲 속과 도시를 헤매다가 예전 카말라와 함께 살던 집에 다다른다. 과거 부모님을 떠난 시절과 카말라와의 과거 생활을 회상하며 이제 그만 아들을 놓아주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바수데바와 함께 나루터로 돌아온다. 싯다르타는 아들에 대한 그리움에 힘들 때마다 강물을 들여다보며 위로를 받고, 강물을 하염없이 바라보다가 강물이 웃는 소리를 (헤세는 이 소리를 이라고 표현했다) 느끼며 마음의 평화를 얻기 시작한다.

오랫동안 싯다르타와 뱃사공 생활을 하던 바수데바는 점점 늙어가면서 육체적으로 힘들어하다가 나는 숲 속으로 들어갑니다. 나는 단일성의 세계로 들어갑니다 라는 말을 남기고 수행하러 숲으로 들어가고 (결국 죽으러 들어간 것이라고 생각된다) 싯다르타는 강물을 스승으로 삼아 홀로 살아가면서 점점 현자가 되어간다.

한편 고빈다는 강가에 사는 늙은 뱃사공을 현자로 여긴다는 소리를 듣고 나루터로 찾아와 그 현자가 바로 싯다르타라는 사실에 놀라고, 두 사람은 오두막에서 밤새워 지난 세월의 얘기를 나눈다. 30년 이상의 삶을 사문과 승려들과 함께 금욕적으로만 살아온 고빈다는 세속적 경험이 다양한 싯다르타가 그동안 스승도 책도 없었지만 자신보다 많은 것을 깨달은 것이 단지 그가 강물을 믿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에 놀란다. 싯다르타의 요청대로 몸을 숙여 그의 이마에 입을 맞추는 순간 고빈다는 싯다르타의 조용하고 온화한 자세는 세존 부처가 지어 보이던 미소와 똑같다는 것을 느낀다. 소설은 고빈다의 느낌을 이렇게 얘기하며 마친다. 그는 꼼짝하지 않고 미소만 머금은 채 앉아있는 이에게 머리가 땅에 닿을 정도로 깊숙이 몸을 숙여 인사했는데, 싯다르타의 미소는 고빈다 자신이 평생 동안 사랑했던 모든 것, 그의 삶에서 가치 있고 신성했던 모든 것을 떠오르게 했다.”

사문의 세계에서 벗어나 세속적으로 살아왔던 싯다르타였지만 강으로부터 배우고 스스로 깨우치면서 결국 열반의 경지에 도달했다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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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6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싯다르타]의 작가 헤르만 헤세(1877~1962)는 독일 출신으로 부모님은 인도의 선교사, 외조부는 인도어 작가 그리고 사촌은 선불교 연구자였기에 헤세가 불교소설을 쓰기에 적합한 집안분위기였다. 실제로 헤세는 1911년에 인도 여행을 했다. [싯다르타]인도의 시문학이라는 부제가 붙은 소설로 1922년에 발표되었다.

만권당에서는 다 함께 책을 읽고 몇 가지 이슈를 놓고 토론하는데 이번 달은 내가 주관자라서 아래 5가지 질문을 제시해서 토론하였다.

질문1) 싯다르타가 말한 내용 중에서 인상적인 구절 2~3 가지를 얘기합시다. 각자 다양한 내용을 제시했으나, 나는 싯다르타가 카말라와 카마스바미에게 말한 나는 사색할 줄 압니다. 나는 기다릴 줄 압니다. 나는 단식할 줄 압니다.”와 고빈다에게 말한 지식은 전할 수 있어도, 지혜는 전할 수 없다네.” 를 꼽았다 

질문2) 3명의 주인공(싯다르타, 고빈다,바수데바)이 해탈한 방법을 얘기해봅시다.

  • 싯다르타 : 젊어서는 스스로 고행하며, 나이 들어서는 강물의 소리를 들으며 스스로 깨우치는 방법을 통해서.

  • 고빈다 : 충실히 오로지 고타마 부처님의 가르침을 통해서

  • 바수데바 : 일생 동안 강물 소리를 들으며, 늙어서는 숲 속으로 들어가 깨우치면서

질문3) 각 사건이 일어났을 때 싯다르타 나이를 생각해봅시다.

  • 고빈다와 함께 출가할 때 : 15~19

  • 카말라를 만나 세속적 생활을 시작할 때 : 3년후 (18~22)

  • 카말라를 떠나 강으로 돌아올 때 : ~20년후 (40~45)

  • 카말라의 죽음과 아들의 출현 : 10~12년후 (50~55)

  • 소설이 끝나는 때 : ~10년후 (60~65)

    (참고로, 석가모니는 왕자로 태어나 결혼해 아들까지 두었지만, 29세에 출가하고 35세에 크게 깨달음을 얻어 중생을 교화하다가 80세에 입적했다고 전해진다.

질문4) 싯다르타는 인도의 최상위 계층인 브라만 계급인데, 인도의 카스트제도에서 4가지 계급에 대해 얘기합시다. : 우리가 고등학교에서 배운 인도 카스트제도의 4단계는 브라만(최상위계급. 성직자 학자, 전 인구의 약 4%) 크샤트리아(귀족, 무사 계급) 바이샤(평민, ,,상인), 수드라(천민계급)였다. 이외에도 수드라 밑에 인구의 15%( 1)를 차지하는 불가촉천민 계급이 있다.

질문5) 헤세의 여러 대표작중 인상적인 주인공에 대해서 얘기해봅시다. : [데미안]의 데미안과 에밀 싱클레어, [나르치스와 골드문트]의 골드문트 그리고 [차륜 밑에서]의 한스 기이벨라트와 헤르만 하일루너에 대해 간단히 자신들이 느낀 점을 나누었다. 헤세 작품에 나오는 주인공들이 대부분 10~20대 남성이라 우리가 더욱 공감했다고 생각한다. 최근 고려대 커뮤니티 [고파스]에서 재학생 370명이 뽑은 내 인생의 책 1위에도 헤세의 [데미안]이 뽑힌 바 있다. 2위는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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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 정도의 토론을 마친 후에 근처 독일 식당 어반 나이프(Urban Knife)’에서 독일 햄과 소시지로 오찬을 마치고, 싯다르타와 바수데바가 말하던 강물의 소리를 듣고 싶어서 우리 네 명은 한강변을 걷기로 했다. 많이 추운 날씨에 한강변은 일부 얼어있었으나 미세먼지 없는 푸르른 하늘을 보면서 강변역에서 뚝섬유원지까지 걸으면서 겨울철 한강의 소리를 마음껏 들었고 따끈한 쌍화차로 추운 몸을 달래고 2월 만권당 모임을 기약하며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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