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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둘레 '망우역사문화공원'을 걷다.

우정둘레(2023.6.5.)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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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둘레걷기에는 19명이 참가했다. 나이 70 목전의, 예전 같으면 할아버지들이 19명씩이나 떼를 이루어 걷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우리들의 둘레걷기는 2017년부터 시작됐으니 벌써 6년이 다 돼간다. 처음 3명에서 시작하여 이제는 20명을 넘기도 한다(오늘 참석자는 후기의 끝머리에 표시). 둘레길 모임에 10분 이상 늦는 사람에겐 일종의 벌금을 받는데 점잖은 창섭이가 그러지는 못하고 주면 받지하니 호진이가 양심에 맡기라고 해한다. 그렇게 웃었다.

 

망우리라는 이름은 이성계가 근심 중이던 묘자리를 동구릉으로 정하고 난 후에 근심을 잊었다 한데서 유래됐다고 한다.

 

1030, 양원역에서 만나 전철로 인해 조금 늦은 마지막 3명이 도착한 1045분 쯤 걷기 시작했다. 양원역에서 구리시까지 거의 3시간을 걸었다. 그래도 좋았다.

 

올해 6월은 바람이 좋다고 했다. 그래서인가 오늘의 둘레 걷기는 시원한 바람과 함께 즐겁기 그지 없었다. 수 많은 망자들이 잠들어 있는 곳, 우리의 뇌리에 무덤만이 가득한 망우공동묘지, 그래서 웬지 섬뜩한 곳이었는데, 웬걸 그야말도 桑田碧海, 隔世之感이다. ‘망우역사문화공원으로 조성하여 한용운 선생 등 독립유공자와 박인환, 이중섭 등 문화예술인 등 57분이 영면하시게 하고 교육관도 산뜻하게 지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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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우공동묘지는 1933년에 조성되었고, 1973년에 만장에 이르렀다. 하여 서울시는 20224월에 공원을 조성하여 한용운, 안창호, 유관순 등 57분을 모셨다. 이제 망우역사문화공원은 시민들이 찾아가 걷고 배우고 즐기기에 좋은 장소가 되었다.

 

숲은 우거져 무덤은 거의 보이지 않고 걷는 이들은 이분들에 대한 감사를 가슴 깊이 드릴 수 있었다. 길도 경사가 아주 완만하고 잘 다듬어져 어렵지 않게 걸을 수 있었다. 걷는 게 편안하니 서로 간의 대화는 더욱 활발하다. 으례 그렇듯이 이리저리 같이 걷는 친구들이 자연스레 바뀌고 또 바뀌니 서로를 더 잘 알게 되고 정보도 다양하게 나눌 수 있어 좋았다. 이건 일거오득 쯤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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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에 빠지지 않는 주제가 있다. 중고교 시절 선생님 얘기다. 오늘은 여러 선생님이 도마에 올라 심하게 매를 댄 분, 착하거나 힘이 약해 안 때리신 분들 얘기다. 나는 워낙 특색이 없어 매를 맞지 않아서인지 선생님들이 그런 정도라는 게 참 의아스럽다. 중학교 때는 최종현이 보다 공부를 잘했다는, 그러나 나중에 공부 내용의 방향을 전환했다는 배짱과 줏대의 완순이가 많이 맞았다고 한다. 나는 처음 듣는 이야기. 있는 듯 없는 듯 지낸 내게는 그의 말이 경이롭다.

 

烈士義士의 차이에 대한 약간의 옥신각신도 있었다. 국가보훈처는'의사'는 무력으로 항거하여 의롭게 죽은 사람이고, '열사'는 맨몸으로 저항하여 자신의 지조를 나타내는 사람'이라 한.

 

모처럼만에 참석한 성경 박사 김용석이로부터는 십일조 등 성경 지식에 대한 많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나는, 걷는 건 많이 회복했지만 아직 온전치는 않아 걸으면서 대화하기가 어려워 친구들과 많은 애기를 못했다. 무지 탓도 있고 말이 많지 않은 때문이기도 하다. 얘기 잘하는 장 천, 윤여철, 나팔룡의 얘기를 듣지 못한 게 아쉽다.

 

우리들은 유관순 열사의 묘 앞에 도열하여 서서 경건한 마음으로 묵념을 드리고, 술도 따라 드리고(열사께서 술은 드시지 않으셨겠지만, 그래서 사이다도 한 캔 드렸다) 완순이와 시우가 음복도 하였다. ’예의 바른 놈들‘, 그러셨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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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 안창호의 투옥 이전의 모습과 감옥 생활 중 변한 모습을 보니 사람이 고난을 심하게 당하면 이렇게 되는구나를 절실히 느꼈다. 과거를 미래로 계속 끌고 갈 수는 없지만 일제의 만행에 치가 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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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의 묘는 가는 도중 계단을 한참 내려가야 나온다는데, 그래서 그런지 다들 엄두를 내지 않고 보이스카웃대장 출신인 영일이가 혼자 다녀왔다. 나머지 18명은 길가 의자에 앉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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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우전망대에 이르니 북한산, 도봉산, 불암산, 수락산 들이 펼쳐진다. 오늘은 미세먼지, 초미세먼지 다 좋은 날인데 너무 멀어서 그런지 산의 모습은 뚜렷하지 않다. 그래도 고교시절 망우동에서 살았던 호진이가 옛날 집을 찾으려 애쓰다 드디어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저기 저집이라고. 과거의 삶은 애잔한 추억이다. 그걸 느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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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오는 처음은 가팔랐지만 우리들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았고 30분 정도 걸려, 2시가 다 돼서야 송가네두부촌에 들러 점심을 먹었다. 콩국수, 된장찌개, 두부 등이 나왔고 주당파는 어김없이 맥주와 소주를 곁들였다. 완순이가 특별 찬조로 10만원을 내어 오늘의 경비는 남았다. 그리고 헤어졌다.

 

오늘 참가자 19: 정창섭, 권호진, 박시우, 김춘도, 윤여철, 김영일, 이영수, 김창영, 김용석, 김완순, 한 준, 문용민, 이형호, 김민주, 서창희, 주 철, 한은석, 장 천, 나팔용(단체사진에 보이는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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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준
    • 2023.06.07 11:45
    그 곳에 할아버지 묘소가 있어, 1965년부터 다녔는데, 당시 국민학생이었던 저의 기억으로, 나무가 별로 없었던, 황량한 곳이었는데, 지금은 나무가 꽉 들어차서, 조부모님 계시기에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어 갈 때마다 기분이 좋은 곳이 되었답니다.
    은석이의 따뜻하고 세심한 후기 참 좋네요.
    우리 동기들 다들 자랑스럽고 멋집니다.ㅎㅎㅎ
    • 한준
    • 2023.06.06 04:53
    창영이도 5만원 꺼낸 거, 본 것 같은데?
    • 정창섭
    • 2023.06.05 22:00
    망우묘지가 역사교육장으로 변신을 했네요. 녹음이 우거진 숲 속에 묻힌 선조들의 이야기가 바람결에 들리는 듯한 현장, 현충을 되새겨본 의미있는 하루였어요^^
    언제나 그러하듯, 스키를 타는듯 매끄러운 화려체 문장!! 은석이의 녹슬지 않은 문장 실력에 경이와 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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