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사별과 애도와 의례
강사: 이범수 동기
일시: 8월 26일(월), 오후 2시 ~ 6시
장소: 페마스쿨 / 브라운 치킨
낯설지 않지마는 왠지 마주하기에는 거북함이 있는 주제이다.
오늘 강의를 맡아준 이범수 동기는 중고시절에 밴드반에서 클라리넷을 연주하며 악장을 맡아 밴드를 지휘했다. 대학에서 중국어를 전공했고 졸업 후, 대만 유학을 꿈꿀 만큼 중국어에 열정을 갖고 있었으나 환경이 여의치 않아 꿈을 접은 채 무역업계에서 잔뼈가 굳었다.
마흔을 넘어설 때 인생 2모작을 꿈꾸며 동국대학교 불교대학원에 입학, 전혀 생소한 학문인 生死文化를 공부했다. 그리고 지금, 범수는 동 대학원의 생사문화산업학과의 교수로 재직하며 생명살리기운동 단체인 생명연대에서 정책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인간은 누구나 죽음과 마주하고 있지만 아직은 자신과는 거리가 있는 일이라며 애써 회피할 뿐이다. 매년 30만 명이 이 세상을 떠나고 있다. 그 죽음은 점차 나에게도 다가오고 있으며 또한 가까이 있는 이들이 겪을 숙명이다.
죽음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 타인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는 무력감을 동반, 공포를 안겨 준다. 그러기에 임종을 앞둔 고인의 죽음에 대한 부정, 고립, 분노, 타협, 우울, 수용, 희망의 복잡한 심리를 이해할 때 사별 후, 애도의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가기 한층 수월하다 했다.
사별 후 유족들이 겪는 슬픔은 여러 가지 증상으로 나타난다.
슬픔과 분노와 죄의식으로 인한 감정의 흔들림, 숨가쁨, 답답함과 같은 육체적 고통, 여전히 생존하고 있는 듯한 환각, 고인의 평소 습관 등을 재현하며 과거에 묶여 있기 일쑤이다.
유족은 심리적으로 화상을 입은 사람이란다.
그래서 유족에게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라는 표현이 오히려 용기를 북돋우려는 여느 화려한 수사보다 훨씬 유족에게 위로가 된다 했다. 풀어 말하면 ‘차마 이런 말씀을 드리기 송구스럽지만’이라는 의미를 품고 있고 ‘제가 그 슬픔을 어찌 다 헤아릴 수 있겠습니까’라는 설명을 덧붙일 수 있다.
유족은 상실을 수용하고 사별의 비통함을 겪으며 현실로 복귀하는 애도의 과정을 통해 생명이 충만한 삶을 살아가야 한다. 애도의 과정을 지켜보는 이들 역시 사별의 아픔에 공감하며 함께 슬퍼하여 유족이 현실에 적응할 수 있도록 옆에서 도움을 주어야 한다.
2부에서는 영화 밀양의 몇몇 장면을 짚어가며 남편과 아들을 잃은 주인공 전도연이 겪는 복합성 애도를 증명해 나갔다. 사별을 둘러싼 고부간의 갈등, 누가 옳고 그르냐의 판단이 아니라 양측의 어쩔 수 없는 형편과 입장을 백번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박탈된 애도~~ 고인과의 관계가 사회적인 인정을 받지 못할 때 박탈되는 것을 말한다.
밀양에서 전도연이 사별자로서 인정받지 못하거나 역할을 할 수 없는 것, 박탈된 애도의 한 예라 할 수 있겠다.
또한 코로나 시대의 빈소를 차리지 못한 발인처럼 공개적으로 공식적으로 애도하지 못하거나 사회적으로 지지받지 못하는 상실이 일어났을 때 이 역시 박탈된 애도의 한 예가 되겠다.
상장 의례는 고인에 마지막 예우 절차로서
고인의 죽음에 초점을 맞추어 고인과 죽음의 만남과 이별의 통로가 되게 하고 생명성의 전달 고리 역할을 한다. 또한 고인의 영생화, 재생화를 기원하며 고인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기능도 갖고 있다. 따라서 상장 의례는 장엄해야 하는데 간소화되고 겉치레에 치우친 요즘의 장례문화가 과연 고인에게 초점을 맞춘 상장 의례인가를 생각나게 했다.
추도식은 상장 의례의 예외적 방편으로 재난 상황으로 실종되거나 시신을 확인할 수 없을 때, 시신이 없는 상태에서 고인에 초점을 두고 고인의 삶을 음악, 시 낭독, 추도문 등을 통해 기념하는 것이라 했다.
나의 짧은 식견으로 죽음과 애도를 논할 수 없어
범수가 강의를 마무리하며 들려준 E. L. Freud(1961)의 ‘애도의 종결‘로 대신해 본다.
“우리는 우리가 잃은 것을 위한 공간을 발견했네. 비록 우리가 상실 후에 애도의 급박한 국면은 가라앉을 것을 알고 있으며 또한 우리는 우리가 도저히 위로할 방법이 없으며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상태로 남아있게 될 것도 알고 있네. 그 무엇이 빈자리를 채운다 해도 그것은 다른 모양으로 남아있기 마련이네”
참석자는 신청순으로 강사 이범수를 비롯하여
김영일, 정창섭, 오형진, 이형호, 서창희, 윤여철, 윤형규, 장천, 나팔용, 황진수, 강용한, 정희전, 오석종, 이택기, 김창영, 한준, 김영수, 김선영, 임창준, 김용석, 박찬욱, 유문성, 전구호, 이영수, 안태환 26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