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2024년 8월 27,28
장소: 경상북도 영주 일대
6월 10일, 신우회 모임에서 장흥길 동기의 요한계시록 특강을 수강 후 가진 점심 식사 자리에서 누군가가 풍기로 신앙수련회를 가자는 의견을 불쑥 꺼내 들었다. 풍기는 흥길이가 장로교신학대학 교수를 정년 퇴임 후 거주하고 있는 경상북도 영주시에 속한 邑이다.
말을 꺼냈으면 무엇이 되든 진행하고 마무리를 해야 하는 26회이기에 8월 27, 28일 1박 2일의 일정으로 실행계획에 돌입했다.
최종 참가자는 부부 7쌍, 쏠로 1명으로 15명이 각자 편리한 교통수단을 이용, 27일 오후 1시 30분에 풍기역에서 흥길이를 만나 부석사 행으로 첫 일정을 시작했다.
풍기를 떠올리면 부석사, 뺨을 스치듯 내리는 빗길을 흥길이만이 아는 비밀(?)의 통로를 통해 경내에 들어섰다. 비 그친 절집 풍경이 잔잔하다. 安養樓에 올라 잠시 뒤돌아서 거쳐온 길을 바라보니 한 폭의 수묵화처럼 그윽함이 다가온다. 우리가 걸어온 바로 그 인생길이 아니겠는가?
더 머물고 싶었지만 짧은 일정을 탓하며 소수서원으로 발길을 옮겼다.
조선 최초의 賜頟書院, ‘이미 무너진 교학을 다시 이어 닦으라’는 뜻에서 紹修서원이라는 이름과 함께 현판을 내려받았다. 이름에 걸맞게 성리학의 큰 줄기를 이어간 소수서원에 큰 은행나무가 자라있다. 은행 열매처럼 많은 인재를 길러내라는 뜻으로 조선시대의 모든 교육기관에는 은행나무를 심었단다. 두루두루 살피며 산책하듯 거닐며 유생들의 학문 정진의 모습이 고교 시절의 우리와 비슷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더 거닐고 싶은 아쉬움을 뒤로하고 풍기 여행의 만찬이 기다리고 있는 영주 시내의 퓨전 일식집, ‘텐소마’로 향했다. 그곳은 장 교수의 지인이 운영하는 식당으로 세련, 깔끔한 메뉴에 맛도 일품이다. 동행한 아낙들의 만족도가 짱이다. 빵빵하게 배를 채웠으니 풍기 여행의 숙제를 마쳐야 한다. 식당 2층에 마련된 세미나실로 자리를 옮겨 요한계시록 특강 2부를 시작했다. 다들 일어나 학창시절 구령에 맞춰 선생님께 경례하듯 인사드리고 수업 시작~~~
지난 1부 강의가 요한계시록의 개관이었다면 2부는 요한계시록 한 구절 한 구절을 짚어가며 말씀이 상징하고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살펴보는 시간이었다. 명강의는 계획한 시간보다 일찍 마치는 것, 장 교수는 확실히 명교수임에 틀림이 없다.
어두운 밤길, 숙소인 소백산풍기온천리조트까지 에스코트하겠다는 흥길이의 친절을 뿌리치고 숙소에 도착, 각자의 방으로 해산, 피로를 풀었다.
다음날, 소백산 기슭의 선선한 아침 바람을 맞으며 식당에 도착하니 온천욕을 즐긴 뽀송뽀송한 얼굴 때문인지 식당이 훤히 밝아졌다. 메뉴는 두부 전골, 숭덩숭덩 썬 두부에 갖가지 야채가 함께 끓어가는 소리가 풍기의 인심을 말해주듯 정겹게 느껴진다. 소백산 줄기를 바라보며 오늘의 방문 코스인 영주 무섬마을을 일단 미루고 근처 ‘국립산림치유원 다스림’으로 향했다. 편안한 숲길을 걸으며 쉼터에 이르자 계획에도 없었던 숲속 교실이 문을 열었다. 국방과학연구소장을 지낸 김인호 동기의 대한민국의 핵 방어전략에 이어 백웅기의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정세의 변화 예측, 그리고 한준 부인의 분위기를 업시키는 재치 만담을 비롯하여 요즘 젊은 남자애(?)들에 대한 평가 등등 활기찬 질의응답을 마치고 풍기의 명품 삼계탕집, 칠향계로 향했다. 흥길이 부부를 포함 17명이 함께하는 칠향계 삼계탕, 7가지 한약재를 더하고 기름을 걷어낸 맑은 국물에서 우러나는 일곱 향과 할머니 손맛으로 덧입혀진 반찬이 어우러졌다. 과연 일품이로세~~
이제 식후경인데 무엇을 할꼬?
당근 쇼핑~~~ 여행의 필수 코스인 쇼핑이 아낙들을 기다리고 있다.
영주의 특산물은 역시, 사과 그리고 포도, 복숭아, 물론 인삼도 빼놓을 수 없다. 이미 풍기의 저명인사가 된 흥길이의 안내로 찾아간 대형 과일가게, 시식 코너에서 맛보는 과일 맛이 달고 신선하다. 맛과 품질과 가격 삼박자가 맞아떨어지니 그저 바구니에 담기 바쁘다.
뒤이어 풍기의 특산품인 인견을 어찌 지나칠 수 있을까~ 내처 달려갔다.
올해와 같은 열대야를 이길 수 있는 인견 이불은 여인들의 구매 품목, 아랫도리 설렁설렁 소통시키는 팬티라는 흥길이의 체험담을 믿고 남정네들 모두가 구입했다. 여전히 미련을 버리지 못하신 아낙들의 쇼핑을 한준 부부와 춘도가 예매한 열차가 가까스로 정리해줬다. 흥길이가 풍기역까지 배웅하러 가고 남은 일행은 오전에 미뤄두었던 무섬마을로 고고~
태백산에서 흘러온 내성천과 소백산에서 흐르는 서천이 만나니 산과 물이 돌아나가는 형세가 마치 물 위에 뜬 섬과 같다 해서 무섬이라 부른단다.
무섬마을의 유일한 외부 통로였던 외나무다리에서 동심으로 돌아갔다. 재잘거리고 물속으로 덤벙, 맨발로 모래밭을 거닐다가 마을 노상 카페 주막에서 아이스크림 먹으며 또 재잘재잘~~ 주막 주인장이 고교 모자를 모두에게 씌어주며 고딩 으로 돌아가 한 컷~ 아낙들도 고딩 포즈로 한 컷~ 색다른 경험이었다.
여행의 끝물에는 늘 아쉬움과 미련이 남게 마련,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 다음 모임에서 다시 만나요‘를 마음으로 부르며 각자 귀가길에 올랐다.
요한계시록과 함께하는 힐링~~ 풍기
준비부터 진행까지 동행해준 흥길이와 사모님, 그리고 1박 2일의 일정에 웃음과 힘찬 리액션을 보내주신 미모의 아낙들에게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1박 2일 출연진은
백웅기 부부, 정창섭 부부, 한준 부부, 이형호 부부, 김선영 부부, 대전의 김인호 부부, 김영일 부부, 김춘도 쏠로 그리고 풍기의 장흥길 부부 총 17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