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2024년 9월 30일, 오후 2시~~
장소: 페마스쿨(교대역)
강사: 정진호 동기
주제: 위대하고 위험한 약 이야기
무엇을 믿고 무엇을 믿지 말아야 할까?
불로장생에 병적으로 집착했던 진시황은 불로초 찾기에 실패하자 수은이 들어간 탕약을 비방으로 선택했지만 결국 수은 중독으로 49살에 생을 마감했다. 무병장수를 꿈꾸며 약에 대한 의존도가 점점 높아지는 작금의 현실에서 세계적 독성학자 정진호 동기가 들려준 약의 허와 실, 9월 우정포럼의 요지를 살펴보자.
유럽의 인구는 1,500년에 1억 6천만 명이었지만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해 1900년에는 4억 8백만 명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1800년대 한국인의 평균 수명이 30세를 넘지 못했다는 사실에 비춰보아 한국인의 평균 수명이 80세를 넘긴 것은 가히 기적이라 할 수 있다.
백신, 소독제, 마취제 개발과 그리고 세균론의 발전은 의생명과학의 최고 업적이라 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위대한 약의 탄생을 가져왔다.
오래 건강하게 사는 법은 여러 정보를 통해서 익히 알고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생활습관보다는 약물과 유사식품에 의존하는 편리함을 추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하게 된다. 이는 웰빙건강식품이 한국 사회에 부는 열풍만으로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정진호 동기가 석좌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덕성여대 학생들 대상 조사에서 80%가 복용/섭취하고 있거나 또는 경험이 있다고 답했으니 고연령대로 갈수록 비중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추론에 도달하게 된다.
그렇다면 무엇을 믿어야 할까?
우리나라에 ’약 안 먹이고 아이 키우기‘라는 뜻을 가진 ’안아키‘라는 이름의 카페가 있다. 배경은 백신의 부작용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정보에 근거해 만들어진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세상에 완벽한 약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백신은 재앙에 가까운 전염병 창궐을 막아주는 엄청난 혜택을 인류에게 안겨 주고 있기에 신의 선물과 같은 것이다.
이것이 약의 본질이다.
효능과 독성과 부작용 그리고 혜택과 위험성이라는 양면을 모두 갖춘 것, 예를 들면 비타민 복합제, 타이레놀, 알코올은 많이 복용하면 독이 된다. 반면에 극소량의 비소는 백혈병 치료에 보톡스는 피부 미용에 사용되고 있기에 약이 되느냐, 독이 되느냐는 복용량이 결정한다는 15세기 연금술사, Paracelsus의 혜안으로 효능과 부작용에 대한 논란을 어느 정도 잠재울 수 있다고 본다.
참고로 한국인의 약 의존도는 패키지 관광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고 의과학이 발달한 미국 교포사회에서도 비슷한 현상을 나타내고 있다 한다. 이는 건강 유지를 위해서는 무엇이라도 먹어야 한다는 오랜 인식에서 기인한 것일까 아니면 약에 대한 무지에서 오는 것일까?
선진국은 치명적 피해를 주는 약은 절대 남에게 권하지 말라고 교육하는 반면에 우리에게는 약 관련 교육이 전혀 실시되지 않고 있다. 이렇듯이 소비자의 판단을 흐리게 하고 국민 모두를 셀프 전문가로 만드는 데에는 전문가의 자성 또한 필요한 실정이다. 소비자는 거짓 정보에 솔깃하고 자신의 경험에 의한 어설픈 지식을 남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과시욕을 나타내고 상업적 이익이 주목적으로 하는 사이비 전문가들은 과학적 사실을 과대 포장하여 대중을 현혹하고 있다.
그렇다면 전문가들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이해관계에 빠지지 않고 객관성 유지를 필수로 하여 과학적 사실을 소비자에게 정확하게 전달할 책임이 있기에 정진호 동기가 학자적 양심과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세간의 비판을 감수하면서 저술한 책이 바로 위대하지만 위험한 약 이야기이다.
시이저는 대중은 자신이 믿고 싶은 대로 믿는다고 했고 15세기 연금술사의 사람들은 자기가 듣고 싶은 것만 듣기에 설명을 길게 할 필요가 없다는 잠언은 우리 자신의 약에 대한 평소의 소신과 판단이 반드시 옳은 것인가 하고 반문해 보는 지혜를 알려 준다.
참고로 건강이라는 이름을 달고 판매되고 있는 제품과 약의 모호한 경계에 대한 미국 정부(FDA)의 입장은 질병 예방 차원에서 소비자의 선택을 존중한다. 건강기능식품은 약이 아니기에 효능과 안전성을 심사하지 않고 신고만 하면 그 제품을 판매할 수 있다. 인체 실험에서 효과가 미약하거나 부작용 또한 크지 않을 경우, 정부에서 특별히 관리하지 않고 대신 부작용이 보고되면 판매 금지, 회수를 명한다. 수퍼푸드, 종합비타민, 건강기능식품, 디톡스, 민간요법 등이 이 범주에 속한다.
過猶不及이다.
건강을 유지하고 성인병 예방을 위해서는 종합비타민을 복용해야 한다지만 우리는 이미 영양 과다 상태로 균형 잡힌 식사를 통해 권장 섭취량에 충분히 도달할 수 있다. 종합비타민 등 어떠한 제품도 건강한 식사를 대체할 수 없다. 하지만 비타민 결핍 위험 계층에 속해 있거나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운 경우, 전문가의 상담을 받아 종합비타민을 먹을 수 있다.
그렇다면 국민건강식품으로 인식하고 있는 인삼 제품은?
매우 민감한 문제이다. 인삼에 대한 오랜 믿음과 재배 농가 그리고 제조/판매 업계에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 어떤 견해를 밝히는 것은 매우 조심스럽다. 유효 성분을 정확히 모르는 인삼의 효능과 부작용을 과학적으로 밝히기 어렵지만 플라시보 효과가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처럼 믿고 먹는다면 부분적으로 건강 개선에 효과가 있을 수 있다.
이상의 강의에서 핵심을 정리하면
약에 대한 인식
약은 혜택과 위험이 동시에 존재하며 우리 몸 자체의 놀랄만한 향상성을 기억하고 건강 유지를 위해서 약에 의존성을 줄이도록 권장한다.
2. 건강 관련 제품의 큰 그림
시중의 각종 건강 관련 제품이 가족의 건강을 지켜주는 일은 없으며 건강한 생활습관으로 건강을 유지하자.
3. 소비자의 판단과 선택의 중요성
과장된 효과에 대해 과학적 근거의 미약함을 밝혔지만 특별한 부작용이 없다면 플라시보 효과도 소비자의 선택 중 하나임을 기억하자.
건강과 행복을 위해 무엇을 선택할지, 무엇을 버려야 할지는 각자의 선택이겠지만 과학적 근거를 존중하는 태도가 가장 현명하다는 결론에 이르며 강의를 마쳤다.
우리 26회는 우정둘레, 우정포럼, 맨발걷기, 우보산우회, Sbc당구, 기우회, 26회 등등 정신과 육체를 맑게 해주는 모임이 여럿 있다. 그렇다면 건강기능식품 구입에 들어가는 비용과 동기 모임에 참여하는 비용을 비교할 때, 어느 쪽이 가성비가 높은 지, 점수를 매긴다면 개인적으로 나는 후자에 더 후한 점수를 줄 것이다.
정진호 동기는 서울 약대에서 제약학, 생명약학으로 학사, 석사 학위를 받았고 존 홉킨스대학에서 독성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미국국립보건원에서 방문연구원으로 일했다. 귀국해서 모교 약학대학장과 환경안전원장으로 활동했고 국내외 학회 활동을 포함,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총괄부원장을 지냈다. 현재는 과기부 국민생활과학자문단 단장을 맡고 있다.
참석자는
정진호, 김영일, 정창섭, 윤여철, 유문성, 최희동, 오석종, 권호진, 한준, 노상균, 장천, 최평락, 김영수, 한은석, 전구호, 김창영, 서창희,
김춘도, 백웅기, 김우호, 조중봉, 안태환 22명
**10월 포럼은 10월 21일, 오후 4시에 당인리발전소에서 중부화력발전(주) 사장을 지낸 최평락 회장의 안내와 설명으로 진행됩니다.
50주년 행사 관계로 1주일 앞당겼고 시간 또한 2시가 아닌 4시에 시작하며 마친 후에는 합정역 근처에서 저녁 식사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즈음해서 톡방에 공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