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4년 만의 모임이던가. 지난 반창회에는 유식이와 장욱이까지 참석했으니 그보다 더 오래전이었을지 모르겠다. 2022년 12월 6일 양재동 스포타임 송년회에 모인 9명의 오반이들. 그날 하루 만남이 아쉬워 우린 오래전에 만들었던 카톡방을 재가동시켰다. 구본철부터 장효덕까지 34명. 정든 이름 하나씩 되짚어보는데 저 아래쪽에 보고 싶지만, 이승에서는 다시 볼 수 없는 친구의 이름이 눈에 들어온다. <최유식>. 이날 모인 아홉 명은 2023년 3월 6일 저녁에 더 많은 친구들과 함께 만나자고 약속했다.
한참 남은 것 같던 반창회 날은 금방 다가왔다. 첫 공지를 올렸을 때 20명이 오겠다고 했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4명이 다음을 기약하고 16명이 모였다. 고철기 대장이 이끄는 남한산성 우정둘레길에 6명의 오반이가 참가했는데, 그중 4명이 저녁 반창회에도 왔다. 얼마나 친구들이 보고 싶었으면 하루에 두 탕을 뛰었을까. 두 시간도 더 걸리는 여주에서 온 인원이는 백팩에 등산화까지 신은 모습이었다.
모임 장소는 양재동 왕삼돈. 이름 그대로 삼겸살이 두툼하게 나온다. 문일재의 오랜 단골집이라 사장님까지 나와서 인사한다. 서울과 여주에 이르기까지 대형 음식점만 3개를 운영하는 대단한 사업가다. 게다가 미인이다. 하기야 일재 단골이니 웬만하진 않겠지.
어느 정도 허기를 채우자 임시회장 일재는 먼저 가신 박병호 담임선생님, 고광수, 손경원, 유영배, 최유식, 최장욱 동기에 대한 추념을 제안했고, 몇 가지 루틴한 업무를 신속하게 처리했다. 대한민국 조달청을 쥐락펴락하던 인물이 아니던가. 다음은 주요 결정사항.
(1) 문일재를 2023년도 반장으로 추대하고 총무는 백웅기로 결정
(2) 반장 임기 1년, 중임하지 않으며 오늘부터 임기 시작
(3) 매년 3월과 9월에 정기모임, 다음 모임은 9월 5일 화요일 저녁
(4) 벙개 모임은 카톡방을 이용해서 누구든지 언제든지 추진 가능
왕삼돈에서 1차 모임을 마치고, 인근 커피숍으로 자리를 옮겨 못다 한 정을 나누었다. 친구도 소중하지만, 집에서 눈 빠지게 기다리는 식구 생각도 해야 하기에 미처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겼다. 귀갓길 지하철 안에서 다음과 같은 문 반장의 글을 받았다.
“오늘 참석해주신 5반 친구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사정상 참석 못 한 동기들도 다음번 모임에 꼭 참석하여 만남의 기쁨을 함께하시길 바랍니다. 재건된 반창회가 활성화되도록 같이 노력합시다. 소통이 제일 중요하니 카톡방을 통해 소식들 올려주세요.”
윗줄 왼쪽부터 우경호, 이근창, 안광호, 손영일, 정의광, 이치범, 문용민, 김상규, 문일재, 조돈철, 이상은, 박찬욱
의자 왼쪽부터 최경한, 조중봉, 김인원, 백웅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