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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권독서당 둘째모임

만권독서당 둘째모임

 

일시.장소: 2020.08.26 서대문 안산자락길 정자

참석자 : 김민주. 윤여철. 한은석. 정창섭

대상: 조지 오웰의 [1984] (책 선정 및 토의 정리: 정창섭)

 

오늘은 만권당 북클럽 두 번째 모임 날이다

한달 전 만권당 결성식을 파주 반구정에서 할 당시 다음 모임을 8.27일로 계획 했으나, 태풍 바비의 북상으로 하루 당겨 오늘 10시에 독립문 독립공원에 모여서 서대문형무소를 조망하며 안산자락길을 걷다 인왕산으로 연결되는 무악재 하늘다리 직전에 있는 정자에서 준비한 김밥과 커피를 마시며 조지 오웰의 [1984]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 7월 반구정에서 리처드 바크의 [갈매기의 꿈]을 가지고 결성대회를 했는데, 오늘은 [1984]의 주제에 맞게 일제강점기 우리의 역사와 정체성을 지키다 투옥. 고문을 받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애국지사들의 고난을 상기하며 서대문형무소가 조망되는 안산자락길 정자로 정했다

 

아래 정리한 글은 창섭이 발제한 내용에 대한 토의와 민주, 은석. 여철이 제출한 독후감을 참고해서 종합 정리한 글임을 밝힌다.

 

2020년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조지 오웰의 [1984]는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

 

조지 오웰은 소설 [1984]를 1946년에 시작하여 1948년에 탈고를 한다.

 

조지 오웰의 살아 온 시대적 배경은 전쟁으로 인한 평화가 무너지는 격변기로 두 차례의 세계대전이 벌어지고 나치즘, 파시즘이 유럽을 전체주의의 공포로 몰아넣었고, 스탈린의 전체주의의 그림자가 유럽을 넘보고 경제는 대공황으로 자본주의의 한계가 노정되는 등

혼돈과 우울의 시대였다.

 

이러한 시대적 경험 속에서 조지 오웰은 당대의 문제였던 계급의식을 풍자하고 이것을 극복하는 길을 제시하였으며 또 일찍이 스탈린주의의 본질을 꿰뚫고 거기서 다시 현대 사회의 바닥에 깔려있는 악몽과 같은 전체주의의 풍토를 작품에 정착시켰다

 

우리가 살고 있는 2020년 지구촌의 모습은 어떠한가? 코로나로 인하여 거대정부가 출현 주민통제를 통하여 전체주의 성향이 강화되고 있으며, CCTV, 스마트폰, GPS, 드론, 인공지능, 빅 데이터를 통한 사회감시 시스템이 발전하고, 권력자들은 가짜뉴스 생산, SNS를 통한 허위합의 편향 (false consensus bias) 으로 여론을 왜곡하고, 이중사고 등으로 진실을 호도하고 대중을 우민화하는 나쁜 정치의 징후들이 차고 넘친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가 1949년에 출간한 소설에서 자신의 지식, 경험, 통찰력, 상상력을 동원하여 1984년 세계를 묘사했는데 2020년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경고음을 울리고 있는 듯하다. 그런 점에서 소설 [1984] 는 현재 진행형이다

 

 

줄거리

 

소설의 배경이 되는 오세아니아는 핵전쟁이 벌어진 이후의 가상 국가를 상정하고 있다. 핵전쟁 이후 전 세계는 오세아니아, 유라시아, 동아시아의 3개의 국가로 재편되는데  오세아니아는 영국 사회주의 사상 아래 1당 독재의 정권이 세워지게 되고 허구의 인물인 빅 브라더를 정점으로 내부 당원, 외부 당원 및 프롤이라 불리는 일반 민중으로 나뉘어 빅 브라더가 개인을 철저하게 통제하는 전체주의적 사회이다. 정치 체제를 항구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텔레스크린, 사상경찰, 마이크로폰, 헬리콥터 등을 이용하여 당원들의 사생활을 철저하게 감시한다. 당의 정당성을 획득하는 것과 동시에 당원들의 사상적인 통제를 위해 과거의 사실을 끊임없이 날조하고, 새로운 언어인 신어를 창조하여 생각과 행동을 속박함은 물론,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인 성욕까지 통제한다.

 

주인공인 윈스턴 스미스가 사는 오세아니아의 모든 사람들은 증오주간(Hateweek) 이면 대형 텔레스크린 앞에 모여 매일 2분간 증오를 표출한다. 이는 국가의 총수인 빅 브라더의 정적인 이마누엘 골드스타인이나 적대국인 유라시아를 향하여 대판 욕하는 시간이다. 국민의 내부불만을 밖으로 돌리는데 필요하며 빅 브라더가 고안한 기막힌 방법이다. 이런 방식은 전체주의 독재체제 유지에 매우 효과적이다

 

주인공인 윈스턴 는 39세의 오세아니아 정부의 공무원으로 이런 숨 막히는 삶을 싫어한다. 일탈을 꿈꾼다. 그는 골돌품 상점에서 노트를 사서 틈틈이 펜으로 일기를 쓴다. 그러나 빅브라더의 지배를 받는 이곳에는 어처구니없게 일기 쓰기가 불법인 세상이다.

 

윈스턴은 외부 당원이었고 진실부라는 정부부처에서 각종 기록물들을 당의 입맛에 맞게 수정하고 조작하는 "기록 변조"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과거는 기록과 기억으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기록을 바꾸면 사람들은 왜곡된 기억만 해서 과거를 언제든지 바꿀 수 있다. 이런 문장이 나온다, “ 모든 역사란 필요하면 깨끗이 지워버리고 다시 고쳐 쓰는 양피지와 같다.” 그래서 과거를 지배하면 미래를 지배할 수 있고, 현재를 지배하면 과거를 지배할 수 있다.( Who controls the past controls the future. Who controls the present controls the past.) 사실 이런 조작을 완벽하게 해치우기는 어려우나 이 세상 어디에서나 언제든지 벌어지곤 한다. 일본과 중국의 역사 왜곡이 대표적이다

 

이 소설에서 윈스턴과 줄리아의 사랑이야기가 2부에서 다소 길게 집어넣은 이유가 흥미롭다. 줄리아는 진리부 창작국에 근무하는 공무원이다.

외부당의 규칙에 따라 연애가 금지되어 있지만 줄리아와 몰래 연애를 하게 되고 이것은 일종의 사회에 대한 저항 즉, 빅 브라더에 대한 자신들 나름대로의 반항이었던 것이다.

윈스턴과 줄리아는 내부당에 소속된 고위 당원 오브라이언의 소개로 형제단이란 비밀 조직을 알게 되는데 빅 브라더가 지배하는 이 국가를 전복시키기 위해 조직된 형제단에 윈스턴과 줄리아는 가입하게 된다.

형제단의 지도자는 다름 아닌 이마누엘 골드스타인이다. 빅 브라더가 스탈린이라면 골드스타인은 트로츠키를 상징한다. 오브라이언은 골드스타인이 쓴 [과두정치적 집산주의의 이론과 실제] 책을 비밀리에 건네주는데 여기에 보면 오세아니아 국가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여실이 알게 된다.

‘전쟁은 평화’라는 당의 구호는 전쟁을 통해 생산된 잉여 소비재를 소모시키고 계급사회가 필요로 하는 독특한 정신적 분의기를 조성하기 위한 국내용이라는 것이다

‘자유는 굴종’이라는 구호는 빅 브라더에 굴종함으로써 자유를 누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당에서 2+2=5 라고 말하면 그것이 수학적으로 맞지 않는 수식이지만 안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지는 힘이다’ 라는 구호는 빅 브라더는 전지전능하고 무오류이기 때문에 일을 처리하는데 임시변통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이중사고(doublethink) 가 필요하다. 두 가지 상반된

신념을 동시에 가지며 그 두 가지 신념을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이다. 상황에 따라 답이 바뀌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말라는 것이다. 트럼프가 2017년 취임식 인파와 관련된 공보비서의 잘못된 발언을 두둔하면서 한 대안적 사실 (alternative facts) 이라는 언급으로 조지 오웰의 [1984]가 재조명을 받게 된 것도 이중사고라 생각되기 때문이었으리라

 

3부에서는 큰 반전이 일어난다. 형제단은 내부당원 오브라이언이 두 사람을 잡기 위한 미끼였고, 사상경찰인 채링턴의 제보로 체포된 두 사람은 각각 격리된 상태로 심한 고문을 받는다. 윈스턴은 101호실에서 가장 싫어하는 쥐로 고문을 당한다. 고문을 받는 과정에서 한 개인이 어떻게 파멸해 가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윈스턴은 다른 사상 범죄자들처럼 세뇌를 당하고 줄리아을 배신함으로 풀려나지만, 결국 총탄에 맞아 죽으면서 "나는 빅 브라더를 사랑하게 되었다"라고 말하는 것으로 이 소설은 끝이 난다.

 

오세아니아에서는 주용어는 영어이지만 공용어는 신어다. 오세아니아 공용어인 신어(Newspeak)는 독특하다. 기존의 구어(Oldspeak), 즉 표준영어를 대체하기 위한 단어인데 예를 들면 ungood(안 좋다)은 bad(나쁘다)를 말한다. Free도 자유 의미를 빼 버리고 공짜의미로만 축소시킨다. 언어의 다양성을 크게 줄여 사람들의 사고능력을 위축시키려는 목적이다. 신어에는 과학이란 말이 아예 없다. 1984년 당시에는 신어사전 9판을 사용하고 있었고 , 곧 10판이 나올 예정이었다. 그리고 최종판인 11판은 2050년에 나올 계획이다. 이 소설의 부록을 보면 이 신어를 A, B, C 로 나누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이 소설은 모두 3부로 되어 있고, ‘신어의 원리’라는 부록이 마지막에 딸려 있다. 3부에는 아무런 제목이 없다. 우리가 3부에 제목을 부치면 어떻게 될까?

민주는 1부 회의, 2부 사랑, 3부 고문으로 붙였다.

창섭은 제1부 1984년의 세계관, 빅 브라더 체제에 의문을 가지는 지구 마지막 인간 윈스턴, 제2부 줄리아와의 비밀연애로 불안한 행복을 누리는 윈스턴, 제3부 체제에 반대한 윈스턴의 비참한 최후라고 길게 제목을 달았다.

 

읽고 난 느낌

민주:

작가가 1949년 자신의 지식, 경험, 통찰력, 상상력을 동원하여 1984년 세계를 묘사했는데, 전체 설정, 구성, 문장, 메시지가 섬뜩하다. 무엇보다도 소설에서 설정한 3개국의 초국가는 현재 미국, 러시아, 중국을 연상시킨다. 트럼프가 직접 말했듯이 그가 부러워하는 사람은 다름아닌 러시아의 푸틴과 중국의 시진핑이다. 바로 전체주의 독재국가 지도자가 아닌가? 트럼프가 혹시라도 재선되면 [1984]에서 예언한 상황이 그대로 재현될 것 같다, 정말 끔찍하다.

 

은석:

끔찍하다. 결코 나와 무관한 문제가 아니다. 인간은 권력욕과 지배욕이 강한 자가 세상을 다스리게 된다. 그들은 권력과 지배를 영속화하려 한다. 과거의 역사가 증명한다. 오늘날의 푸틴, 시진핑, 북한이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심지어 민주국가의 모범인 미국의 트럼프도 성향은 비슷하다. 한국이라고 다르지 않다. 이럴수록 시민의식이 깨어있어야 한다. 그것만이 독재의 출현을 예방할 수 있다.

 

조지 오웰의 상상력, 예지력, 소설 구성과 내용의 치밀함에 탄복한다. 어쩌면 그렇게도 세밀하게 생각할 수 있을까. 어쩌면 그리도 생생하게 쓸 수 있을까. 탄복스럽다. 오늘날과 같은 구체적인 과학기술의 발달을 생각 못했다고 깎아내릴 이유는 추호도 없다.

 

앞으로 우리의 미래에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가능하다고 본다. 감시, 감찰, 생각의 파악과 감찰까지 가능하게 될 것이다. CCTV, 뇌파 측정, 얼굴표정 인식 기술, 빅데이터, 인공지능에 의한 실시간 분석으로 인간은 권력을 거머쥔 소수에 의해 철저하게 통제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시민의식, 냉철한 이성이 살아있어야 한다. 그게 가능할까? 우리 앞에 놓인 과제이다.

 

여철 :

역사와 영화를 좋아하는 여철답게 책속에서 “과거를 지배하는 자는 미래를 지배하며, 현재를 지배하는 자는 과거를 지배한다.”가 인상 깊었고, 영화 [1984]에서 젊은 시절의 Richard Burton(오브라이언)과 Susana Hamilton(줄리아)의 연기가 멋졌다는 소감이다.

 

 

창섭:

조지 오웰은 이 작품을 통해서 개인의 자유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그리고 국가의 지나친 통제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가 없다.

우리 역사에서 가장 우울했던 시기는 일제 강점기일 것이다.

일본 제국주의자들은 우리의 언어를 말살하고 창씨개명을 강제하고, 식민사관으로 우리 역사를 왜곡시키고, 역사를 지키려는 애국지사들을 감시하고 고문을 하며 공포정치를 폈다.

 

구 서대문 형무소 역사관으로 올라 가는 길에 3.1운동 기념탑과 33인의 발 도장에 어록이 있는 동판이 바닥에 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가르침이다.

“자신의 나라를 사랑하려거든 역사를 읽을 것이며 다른 사람에게 나라를 사랑하게 하려거든 역사를 읽게 할 것이다” (임우철 선생)

“고문당하는가, 그게 무서우면 독립운동 못하지” (이병희 선생)

 

역사를 지키기 위해 혹독한 고문에도 생명을 희생한 애국지사들의 용기를 본다.

 

우리 사회에 다가오는 [1984]의 세계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화두를 던지면서 독일의 반나치 저항 운동가 마틴 니뮐러의 글을 소개하면서 마칠까 한다.

 

맨 처음 그들은 공산주의자들을 잡으러 왔다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므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음에 그들은 유대인을 잡으러 왔다

나는 유대인이 아니므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음에 그들은 천주교도를 잡으러 왔다

나는 천주교도가 아니므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음에 그들은 나를 잡으러 왔다

그러나 그때는 나를 위해 말해 줄 사람이 하나도 남지 않았다

* 창섭의 소설 [1984] 발제문은 동기회 홈피 ‘26저널’ 에 게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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